산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무엇이 그토록 절실히 우리를 부추겨, 땀흘리며 산을 오르게 하는가.
산은 도대체 어떠한 내적 들끓음으로 그 존재가치를 확보하고 있단 말인가.
선두그룹을 쫓아가기 위해 헉헉대며 대야산을 오르는 나에게,
산은 결코 바빠하지도 않으며 의연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건만 인간만이 바쁘게 산을 오르려 한다고 꾸짖는 한흥득 山人의 일갈은
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높디높은 해일로 밀려와서는 내 우둔한 영혼의 해변을 점령해버리고 있는 것인가.
아! 그런 것인 지도 모르겠다.
山이란, 밭을 일구면 피어오르는 노랗기도 하고 빨갛기도 한 저 무수한 꽃들처럼 마음밭을 일구면 피어오르는 그리움 같은 것인 지도....
내가 정녕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이 세상 모든 그리움 같은 것들은 마음밭에 피어올라 마음밭에서 무성해진다는 것을....
그는 이미 山이란 존재의 의미를 마음의 눈으로 보아버린 것이다.
산이 내는 길이 마음이 내는 길임을 알아버린 그는,
무한속도를 미덕으로 내세우고 있는 21C의 삶에 갇혀버린 천박하고 가파른 호흡으로는 산이 내는 길을 따를 수 없음을 이미 간파해버린 것이다.
그가 뜻하고자 하는 바는, 밀란 쿤테라의 <느림>이나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몸의 리듬이 마음의 리듬을 거쳐 마침내 산의 리듬으로 확장되어져 가는 우주적 합일사상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산은 결코 다가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그 지순한 경지가 결국 山人의 호흡지간에 스며들어 발걸음을 그토록 가볍게 한 것일까?
산이 내는 길이 마음이 내는 길과 포개어진다는 것을 得한, 興得 山人,
그는 어쩌면 지금도 꿈속처럼 끊임없이 마음의 산을 오르내리고 있을 지 모르겠다.
* 에너지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6-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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